성민화의 길 찾기
권영진, 미술사
2000년대 초반 다양한 설치 및 오브제, 드로잉 작업을 선보이던 성민화가 몇 년간의 침묵 끝에 대대적인 드로잉 작업을 들고 돌아왔다. 90년대 중반 대학 졸업 이후 독일에서 유학한 성민화의 작업은 작업의 매체가 조각적 설치물이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오브제 작업이건,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이건, 작가와 관람자의 상호관계 속에 작품의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 의미의 소통 경로에 주안점을 두는 공통점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드로잉 작업들은 작가의 드로잉을 평판 인쇄로 출력한 것과 작가의 직접적인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각각 압축 폼보드와 노트 등을 이용하여 수십 장의 낱장 드로잉을 그리드 방식으로 배열했다. 작업의 주제는 대부분 작가의 생활공간 겸 작업공간의 안팎을 세밀한 선 드로잉으로 그린 것이다.
우선 베를린 동네 풍경을 그린 <Town>과 창문을 통해 바라본 이웃집 풍경 <Rear Window>, 발코니 장면을 그린 <Landscape> 등은 각각 수십 장의 출력본 드로잉을 전시장 벽면에 설치한 것으로 작가의 세밀한 드로잉 원작을 컴퓨터에 디지털 이미지로 저장하고 기계적인 인쇄 공정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성민화의 드로잉은 복잡한 건물의 외관이나 일상적인 실내공간을 섬세하고 세밀한 선으로 화면 위에 빼곡하게 옮겨나간 것인데 단색조의 출력본에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드로잉의 느낌이 그대로 전이된다.
성민화는 자신의 생활공간 안팎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세세하게 그려나간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이창>에서 주인공은 망원경으로 이웃집 집안을 훔쳐보지만 성민화는 자신의 생활공간 안팎을 마치 낯선 이방인처럼 샅샅이 훑어나간다. 거기 있으되 전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일상 공간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명료하고 명확한 형태로 옮겨가는 드로잉의 선들은 그 낯설음을 극복하려는 집요함을 보여준다.
성민화의 드로잉 작업이 보여주는 특수함은 이런 일차적인 드로잉을 이차적인 공정으로 재생산하는데 있다. 작가의 손으로 그린 한 덩어리의 그림은 스캐너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디지털 공간 속에서 되살아난다. 실제로 한 장의 드로잉이었던 원작은 훨씬 큰 크기로 확대되고, 여러 개의 단면들로 분할되어 기계적인 공정을 통해 출력된다. 작가의 예리한 손 드로잉으로 각인된 형태들은 아메바처럼 몸을 잘게 분할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생명력을 얻게 된다. 단편화된 부분들은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여러 개의 부분들이 서로 모여서 또 다른 전체를 구성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일정한 간격의 그리드로 분할되었지만 각 부분들은 퍼즐의 피스처럼 전체를 구성하는 유기적인 세포가 된다. 분할된 부분들을 재조합 하는 과정은 성민화가 낯설게만 보았던 일상의 풍경들을 게임의 유희처럼 즐겁게 재구성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 부분들의 재구성 과정에서는 오류와 변형이 가능하다. 또한 각 부분들은 그 자체로 자가 증식과 무한한 재생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재구성된 또 다른 전체는 원작 드로잉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전체는 부분으로 잘리고, 각각의 부분들이 카드처럼 뒤섞이고, 퍼즐의 피스들처럼 뒤섞이면서 새로운 전체로 구성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두 개의 드로잉은 거울처럼 서로 닮았지만 거울 속 드로잉은 그 자체로 살아서 움직이면서 또 다른 실체로 재배열된다.
이처럼 손 드로잉과 재생산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두 개의 닮은꼴 드로잉은 가지 않은 길 찾기, 정답이 없는 퍼즐 맞추기와 닮았다. 2002년 남편 요아킴 바인홀트와의 2인전으로 보여준 사루비아 다방의 전시에서 작가는 독일에 유학한 자신의 독일 길 찾기와 한국으로 여행 온 요아킴의 서울 길 찾기를 미로의 형식으로 구성한 설치작업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의 길 찾기는 낯선 공간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울처럼 반사하고 있었다. 한국과 독일이라는 상황에서 성민화와 요아킴은 두 사람의 개인적인 삶과 만남을, 그리고 독일의 한국인과 한국의 독일인이라는 존재를, 창작의 길을 모색하는 작가의 길 찾기라는 은유적인 의미를 바닥의 설치 작업을 통해 물리적인 미로의 길 찾기에 비유했다. 여기서 두 사람의 모습은 거울처럼 반사된다. 어긋나기도 하고, 막다른 길에 부딪치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길을 잃기도 하지만, 서로의 낯설음을 대변하는 상대방의 존재가 없이는 길 찾기의 과정은 성립되지 않는다.
성민화의 일차적인 손 드로잉은 매우 섬세하고 집요하여 그 자체만으로 매력적이지만, 기계적인 인쇄와 출력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재생산되는 이차적인 드로잉의 과정은 그러한 의미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정이 된다. 손으로 그린 드로잉은 아름답지만 해체되어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성민화는 자신의 드로잉을 까다로운 공정으로 재출력하고, 세밀하게 소재와 색상을 선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미 판화로 떠냈던 드로잉을 다시 손으로 옮겨 그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복제와 해체, 재구성의 과정, 출발점으로의 회귀를 통해 성민화의 드로잉은 카드처럼 뒤섞이고, 새로운 판의 퍼즐로 재배열되고 되새김질 된다.
노트에 하늘색 펜으로 그린 <The Room>은 이미 2001년 개인전에서 판화작업으로 선보였던 드로잉을 다시 손 드로잉으로 옮겨 그린 것이며, 요아킴의 방을 그린 <His Room>은 길게 나열된 한쪽 끝과 다른 한쪽 끝이 서로 연결된다. <Hole in the tree>에서는 처음부터 드로잉의 두 단계가 결합되어 나타난다. 일상의 이미지들이 낱장의 형태로 그려지지만, 부분적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단절되기도 한다. 모두 뒤섞이고 배열되는 방식에 따라 임의적으로 새로운 드로잉으로 구성될 수 있고, 또 다른 드로잉으로 재생산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성민화의 드로잉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무한하게 자가 증식하면서, 새로운 공간에 놓일 때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되는 성민화식 드로잉법, 길 찾기의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성민화와 요아킴의 길 찾기가 두 사람의 사적인 만남은 물론 공적인 소통의 관계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면, 성민화의 다중적 드로잉 작업은 드로잉 내부의 구성원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무한한 미로 속에서 순환하고 회귀하는 느낌으로 확산된다.
이번 ‘Haus’전에서 성민화는 매일 보는 풍경, 일상적인 생활공간을 세밀하게 드로잉하고, 다시 옮겨 그렸다. 독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집’을 그린 성민화는 오랫동안 자신의 집이었던 이곳에 ‘그 집’을 펼쳐놓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언젠가 또 다시 복제하고 옮겨 그릴 것이 예견되어 있는 그 집요한 선들의 이어짐과 순환의 과정 속에 지금 이곳의 길 찾기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 나의 집은 어디인가, 내가 있는 곳은 어디이고, 내가 갈 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것은 무엇인가. 꼬리를 무는 그 물음 때문에 우리는 그의 작업 앞에서 하얗게 탈색되고 투명하게 증발되는 유체이탈을 경험하게 된다.
Finding the Path .Drawing by Sung Min Hwa
-Kwon, Young Jin,
Art Critic
With large-scale drawings, Sung Min Hwa returned upon long silence. She had been given a variety to her works such as installation, object and drawing work in the early 2000s. After graduation of university and went studied abroad to Germany in the middle of 1990s, whether the medium is sculptural installation, object asking participation of viewer and drawing providing a chance of working process, Sung Min Hwa showed a common feature in her work focusing on procedure of the formation towards the meaning and its path for communication between artist and spectator.
Her drawing which seemed to be more ancillaries in some solo and group shows in 2001, appeared the main code in earnest for this exhibition. However, as the artist is well-known for cutting, making, and composition, extensive drawing works in this solo show preserve a line of her previous works in that they have flexible way of installation and good possibility for change in accordance with situation.
For this exhibition, drawings are consisted of offset printings and hand-made ones by the artist. Using compressed foam board and notebook, each sheet of paper which are thousand drawings were placed with grid method. The theme of the line drawings are mostly in and out of the living space and studio making her everyday life and the works are minutely completed. First of all, ‚Town‘ described a landscape of Berlin, ‚Rear Window‘ sketched scenery of neighborhood seen from the window, and ‚Landscape‘ depicted balcony scene are installations with hundreds of printed drawings in the wall in the gallery space and realized of saving detailed original drawings in the form of digital image in computer then made them enlarge and reproduced by mechanical printing process. Sung Min Hwa‘s drawings comprehend outside view of sophisticated buildings or indoor space for life lined with delicate and sensitivity on canvas.
Even though they are printed monochromes, her works passed on the feeling of her peculiar sensibility about drawing.
Sung Min Hwa makes her drawing as if she does not want to miss even one tiny element around living space. In the film of Alfred Hitchicock, ‚Rear Window ‚, the hero did steal a glance of the house next door with microscope but Sung Min Hwa search the whole house of her own like an utter stranger. The space makes us not feeling familiar just like anything not belong to her, however, through the lines of drawing showed repetition of clearness and determination towards the form, she displayed her insistence to get over unfamiliarity.
The uniqueness of drawings by Sung Min Hwa placed upon 2nd reproduction of 1st drawing in the name of process. A group of pictures by the artist revives to digital space with the help of scanner and computer. The drawing originally completed in a piece of paper, in fact, expanded much bigger than the original and printed out through the mechanical process separating from cross section. The formation by accurate hand drawing of the artist get vitality resulting in division
like amoebic movement. A part of fragmentation enjoy the way about their own and when each fragment get together, continues an another composition work to make an aggregate as a whole.
Separated by grid at regular space, each section becomes an organic cell composed of the whole such as a piece of puzzle. The process of recombination the divided section provide a room from the strange landscape Sung Min Hwa observes to reform playfully like amusement of game. There is always possibility of error and transformation when the recombination happens. Each part also have got potential for multiplication and unlimited reproduction on its own. Another new wholesome with this recombination have different meaning compare with the original drawing. The entire drawing cut out partly, each part are mixed up like cards and piece of puzzle open up the opportunity to compose the new whole.
Two similar drawings created from hand made and reproduction procedure take after finding the road less traveled and pictorial puzzle with no correct answer. In her show with her husband Joachim Weinhold in 2002, Project Space Sarubia, she presented installation work which do a labyrinth of searching her path studying in Germany and Joachim‘s traveling in Seoul. These two persons‘ finding paths was reflecting like mirror the course that their way in strange place. In the state of Korea and Germany, Sung Min Hwa and Joachim Weinhold metaphorically expressed the meaning of finding the road through the installations on the floor physically saying about their private life and encounter and being Korean in Germany and German in Korea, and as an artist sailing towards creation. Here their features mirroring each other. They cross , bumped against at dead-end street each other and lost in an unfamiliar place but the process of searching the road to replace strangeness between the two are not made up without one another.
Sung Min Hwa‘s hand drawing which produced firstly is very attractive on its own as it is delicate and fulsome, however, the process for 2nd drawing reproduced of mechanical printing is a must-have stage in that respect. Handmade drawing is beautiful but should be separated and recombined newly.
Thus Sung Min Hwa reprinted her drawing with selective method, texture and colour carefully. She does not hesitate to repaint of what she already scoop up for print. Through this kind of reproduction, deconstruction, process of reconstruction, and recurrence to the beginning, Sung Min Hwa‘s drawing jumbled together like cards, reordered and ruminated as a puzzle in the ground.
Painted with blue pen in notebook, ‚The Room‘ is a hand drawing from preexisted printed work in her solo exhibition in 2001, ‚His Room‘ is a sketch of Joachim‘s room connected with one end and the other end in a row picture. In ‚Hole in the tree‘ comes out as a union with two stages of drawing from the start. Images of daily life on a piece of paper but sometimes partly linking and disconnected all of a sudden. Consequently it can be a new drawing in accordance to the way of arranging and displaying and hold a chance to reproduce different drawing
The drawing by Sung Min Hwa will consistently accumulating, infinitely self-multiplying, newly composed in a strange space-so called-Sung Min Hwa‘s drawing method and the way of finding a road. If Sung Min Hwa and Joachim‘s seeking the path influences not only their private close encounter but also relationship of public communication, Sung Min Hwa‘s layered drawing work extends circulation and recurrence in maze to the viewers through the principle of framework inside of the drawing.
This exhibition titled ‚Haus‘, Sing Min Hwa draw and recopied the scenery and the space of everyday life. I wonder what Sung Min Hwa is thinking when she paints ‚her home‘in Germany then spread out ‚her home‘ here where has been her home for a long time before. What is a special meaning of finding the path here at this moment in the process of connection and circulation the lines with insistence expecting copy and reprinting again someday? Where is my home, what is the place I am in now, where do I go forward and what am I doing at this point? Because of never ending questions, we experience separation from materiality decolorized in white and evaporation with transparen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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