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적으로 부호화한 드로잉
-김준기 (미술비평)
펜이나 연필, 붓 등 비교적 단촐한 도구로 그은 선들을 가지고 한 화면 내에서의 시각적 재현체계를 완성하는 행위를 일컬어 드로잉이라고 한다. 페인팅이나 조각을 완성하기 위한 습작을 에스키스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드로잉은 그 자체로 완결된 작품으로 구분된다. 성민화는 그림을 그린다. 조소를 전공했으며, 설치작업을 해오던 그가 언젠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은 드로잉으로 불린다. 성민화는 드로잉을 가지고 자기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다. 두텁게 덧칠한 물감 덩어리의 유화나 견고한 물질 덩어리를 제시하는 조각이나 형태와 색채로 가득한 사진 이미지들에 비해, 가볍고 말랑말랑한 선묘만으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성작가의 미덕이다. 성민화는 이번 전시에서 스캐닝과 디지털 프린트를 매개로 한 드로잉 이미지를 선보였다. 작업의 출발은 물론 그리기이다. 꼼꼼한 손작업으로 스케치북 크기의 그림에서부터 크게는 3미터에 이르는 원본 그림을 만들어 낸다. 그는 그림 이미지를 스캔 받아서 한 장의 커다란 화면에 프린트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십장의 작은 화면으로 분할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그림과 그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객 사이에 뚜렷한 경계를 형성한다. 단일한 이미지의 시지각적 자극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파편화 한 낱개들의 결합체로서의 그림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여 그는 자신의 원작을 단일한 시각 이미지 전달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또 다른 소통을 시도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으로 뒤바꿔 놓는다. 엄밀히 말하면 드로잉 자체가 실재하는 풍경을 재현한 이미지인데, 성민화는 드로잉 이미지를 디지털 매체를 통해 변형하고 재구조화함으로써 이미지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의 작업 방식은 이렇듯 아날로그 이미지인 드로잉을 전자적으로 부호화해서 재생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성민화는 이미지 자체를 들여다봄으로써 이미지가 제공하는 일루전에 빠져들게 하기보다는 분절된 이미지들의 연쇄를 바라봄으로써 바라보고 있는 관객이 그림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을 관찰하도록 만든다. 두 가지의 색면을 교차시킴으로써 그림에 관한 현상학적 체험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독특한 그림보기를 유도하는 주요한 장치가 원본을 격자무늬로 분할하여 보여주는 방법이다. 나아가 그는 격자의 가로세로의 비율을 달리하거나, 잉크색을 바꾸거나,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무한한 복제의 변이과정을 통해 원본 드로잉의 가치와 의미를 증폭하며 이미지의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그는 이 드로잉을 날것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디지털 프린트라는 창을 통해서 또 다른 차원의 시각체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프린트를 통해서 그의 드로잉들은 작가의 손작업에 의해서 만들어진 원본 그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시각체험으로 전환한다. 그의 작품은 일종의 판화이다. 그러나 에디션이 따로 없는 복제본이라는 점이 다르다. 공간에 맞게 프린트에서 복제본 설치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이미지들은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차이를 명쾌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미지에 대한 크리틱으로써의 이미지, 다시 말해서 이미지에 대한 메타 이미지로 작용한다.
디지털 작업으로 드로잉을 확대 재생산한 성민화는 1층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리바닥의 정미소 전시장 바로 위에 10미터 길이의 동네풍경을 내걸었다. 관객은 벽에 걸린 이미지와 바닥에 비친 이미지를 동시에 들여다본다. 높이 1미터짜리 원본 풍경을 디지털 프린트로 확대해서 1층과 2층에 걸쳐서 보여주기도 한다. 하늘색 계통으로 색을 바꾼 풍경도 있고, 흰색과 회색 두 가지 색이 교차하는 80여장의 작은 이미지로 분절된 긴 그림도 있다. 성민화는 베를린에 사는 작가이다. 그는 자신이 머무르는 곳을 중심으로 그 안과 밖을 그린다. 그는 작가가 중심인 작업으로부터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는 작업으로 전환해 있다. 그는 실내 또는 바깥 풍경을 그리는 데 있어서 적극적인 의미의 사건을 배제한다. 다만 사건이 지배하는 공간으로서의 장면만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행위와 사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식의 그림 그리기는 아직 그에게 있어서는 유보된 사항이다. 입체설치작업을 하던 시절부터 그는 행위의 결과를 드러내기보다는 관객이 개입하고 참여하는 장치들을 제공하곤 했다. 관객이 체험과 행위를 보탬으로써 그의 작품을 완결하고자했던 예의 태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공간을 지배하는 행위자의 이미지를 담는 대신 행위공간인 무대만을 제시한다. 텅 빈 공간을 제시하고 있는 성작가의 평면 무대 위에서 관객은 눈으로 행위를 보탠다. 성민화의 화면은 필연적으로 분절과 부재의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 단일한 시각체계로 포섭할 수 없는 분절된 이미지들의 연쇄인 그의 그림은 행위자가 부재한 비어있는 공간과 시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Electronically encoded drawin
Gim,Jun Gi
Art Critic
Definition of drawing is an act completing system of reconstruction on the canvas with lines by relatively simple instruments like a pen, a pencil or a brush. Esquisse is a preparation to accomplish painting or sculpture but drawing is differentiated as a finished work on its own. Sung Min Hwa makes pictures. She studied sculpture and has been doing installations but started making pictures sometimes ago. Her picture called drawing. She explains in full about herself with her drawing.
Compared with oil painting with clutch of color recoated in thickness, sculpture which indicates strong material, and images with full of formation and colors, The drawings show Sung Min Hwa’s virtue that she is capable of showing her emotion with only light, soft and crusty line. In this exhibition Sung Min Hwa presented drawing images by the medium of scanning and digital printing. The starting point of her work is inevitably making an original picture. She draws with elaborate hand-work range from sketchbook size to 3 meter long picture. She scanned the image and printed on big plastic board and divided into dozens of tiny pictures.
Through this process, she builds up the barrier between her paintings and the viewer who contemplates her work. She does not deliver visual and intellectual stimulation of a single image but provides pictures as a corporate body with separated pieces,. Therefore her works become an interactive installation seeking for another communication, evolved from a medium carrying a single visual images.
Strictly speaking, drawing itself is an image that reconstitute preexisted landscape. Sung Min Hwa transforms and restructures her drawing images through digital medium showing image of image. The procedure of her work, as it seems, has a system making an analogue image drawing from digitalized electronic encoding and reproducing. Sung Min Hwa initiates the active participation by the viewers. This is possible because a sequence of divided images gives the viewers a recognition that they are looking at a picture, while most cases, single images gives an illusion rather a recognition. In the work “Hole in the tree,” two colored surfaces crossing each other induce a phenomenological experience regarding picture. The main apparatus in that way of showing picture is dividing the original one with crossing spaces. Furthermore, she expands the meaning of original drawing‘s value and reproduce image of image through never-ending cloning and transformation, differentiating the portion of length and width in crossing spaces, changing the ink color and adjusting the size.
She presents original drawing directly but also offers another different visual experience by digital print. Through digital print process, her drawings are transformed by a completely different visual experience than original painting by hand of the artist. Her work is sort of print, however, one find it different -as the work has no edition-and define it as a blind copy. Because she produces blind copy installation from the print according to the space. Since images of her work explains the difference between original one and a copy, they become a critic against image, in other words, meta image for image.
Sung Min Hwa displayed ‚town‘- reproduced and 10 meter long enlarged drawing on plastic board with digital process - in the right above transparent glass made floor of gallery space. She also showed digital flatbed print throughout first and second floor which is reproduced from 1 meter high original picture. There is a landscape which changes sky-blue color and a long painting divided into pieces with about 80 small images crossed in white and grey. Sung Min Hwa is an artist who lives in Berlin. She makes pictures in and out of where she stays. She was turned the work tracing about her around from the work focusing on the artist him/herself. She excludes any event with serious meaning in her picture about indoor and outdoor landscape as well.
She shows scenes as a only space ruled by events. Putting in her picture with describing other people‘s action and happening is still reserved to her. From the time she did a three dimensional installation work, she quite often provided places to spectators intervene and participate than exposing result of activity. The spectators add their experience and activity, then the work is completed and continues attitude to finish the work. Instead of getting image of activity of performer who invades the space, she only presents a stage for performance. On the flat stage giving empty space by Sung Min Hwa, viewers supply activity with their eyes. The picture of Sung Min Hwa contains a segment and absence in situation by necessity. Because of this her picture - a series of divided images which hardly can grasp by just a singular visual system.- is a document of space and time with absence of a perfo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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